노숙자의 시선으로 본 도시의 밤
도시는 잠들지 않는다, 하지만 누구도 깨워주지 않는다
하루가 끝나고, 가게 불빛이 꺼지고, 버스 정류장에 사람이 줄어들기 시작하면
도시는 또 다른 얼굴을 꺼내든다.
화려한 간판 아래, 조용히 몸을 움츠린 사람들이 있다.
그들은 노숙자라 불리지만,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였던 사람들이다.
그들은 말한다. 도시의 밤은 무섭지 않다고. 대신 외롭다고.
따뜻한 벤치 하나, 바람이 덜 부는 지하도 하나를 찾아다니며
몸을 웅크리고, 귀를 기울이고, 눈을 뜬 채 잠든다.
길고양이와 눈을 마주치고, 자판기 돌아가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.
잠깐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누군가의 데이트일까, 회식일까.
그 모든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. 나만 정지된 것처럼.
사람들은 나를 보지 않는다. 그래도 나는 본다
사람들은 바쁘다. 빨리 걸어간다.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.
가끔 내 앞을 지나며, 한 손으로 주머니를 더 세게 쥔다.
나는 해치지 않는데, 그들은 나를 피한다.
하지만 나는 그들을 본다. 그들의 신발, 그들의 향수, 그들의 피곤한 표정.
그리고 생각한다. 저 사람도 언젠가 힘든 날이 있었겠지.
나처럼 외로웠던 밤이 있었을까?
가로등 불빛은 너무 밝아서, 마음을 숨기기 어렵다.
그래서 나는 늘 어둠 쪽에 있다.
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, 나도 모르게 속삭인다.
“오늘도 잘 버텼다. 너도, 나도.”
세상은 따뜻했다. 하지만 기억은 점점 희미해진다
어느 날은 낯선 사람이 커피 한 잔을 건넸다.
말없이 놓고 갔지만, 그 온기는 오래 남았다.
또 다른 날은 작은 아이가 초코빵을 주고, 엄마 손에 이끌려 사라졌다.
그 하루는 축제처럼 느껴졌다.
하지만 그런 기억은 점점 희미해진다.
오늘은 어제와 비슷하고, 내일도 별다르지 않다.
도시는 바뀌고, 사람들은 흘러가고, 나는 남는다.
그래도 누군가 나를 ‘사람’으로 봐주기를 바란다.
노숙자의 시선으로 본 도시의 밤은
아름답지도, 끔찍하지도 않다.
그저 조용하고, 서늘하고, 때때로 따뜻하다.
그리고 무엇보다 ‘사람’이 그리운 시간이다.